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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유감.


 "니가 무슨 글을 쓰든, 너를 욕할 사람은 욕하게 되어있다." 

 대체로 옳은 말만 하는 한 친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부단히, 내가 입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글을 써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단순히 타인이 나를 욕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이미 욕먹을 각오는 되어있다. 욕을 먹어도 싸다고 본다. 그저, 내가 던졌던 말들에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게 된 나를 이렇게 방치하는 이유에 대해 정리해보고 싶었다. 이번에도, 지극히 나만이 읽고 나만이 이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한다. 

 
 입사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한마디로 "그저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내가 한 노동으로 내가 직접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독립된 인격체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그런데 왜 하필 여기냐?" 라고 묻는다면,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다른 기회는 없냐?" 라고 묻는다면, "자신이 없다"라고 답하겠다. 내 신념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이 불확실한 청춘에 머무르기엔 내 자신은 너무 나약하고 무능력하며 소심하다. 욕해야한다면 욕하라. 받아들이겠다. 다만 어른이 되기 위해 내 신념이 모두 꺾였다고 생각하지는 말아달라. 

 입사를 결정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선배 기자의 충고였다. 시사인 인턴 당시 한 선배기자와 단 둘이 반주로 저녁을 먹었다.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게 언론시장이다. 더불어 이직이 자유로운 영역이기도 하다. 너가 정말 기자가 되고싶다면, 어떤 회사에 가느냐보다 우선 기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가리지 말고 시험에 지원하라"고 말했다. 나는 반문했다. "내가 그 회사에 들어가서, 그 회사 사람처럼 되는 것은 싫다." 그러자 선배는 말했다. "그런 환경에서 너가 그렇게 변한다면 그건 그냥 그게 너다. 버텨보고, 정말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그 때 너가 다른 언론사로 옮기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선배는 답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 입사를 결심한 것은 전혀 아니다. 난 내가 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어서 더 큰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본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도 스스로 납득하지 못한다면, 그 때는 미련없이 떠날 것이다. 내 연봉이 얼마든지 말이다. 지금은 돈에 메여 내 커리어를 시작하지만, 평생 돈에 메여서 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 생각은 꼭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난 날 나는 지금 내가 가는 길을 걷는 선배들을 비판한 적이 여러 번이다. 그 길을 나도 간다. 그래서 누군가나를 비판하고 욕하고, 비난하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만의 길을 가보려고 한다. 우선 어른이 되려 한다. 다만 늘 고민하는 어른이 되려고 한다. 조직의 논리에 휘둘리는 인간이 되지 않고, 내가 가는 길에 확신을 내리는 꼰대가 되지 않고, 이 길을 우선 가보려 한다. 항상 지켜봐주고 비판해주시길 바란다. 엄하게 꾸짖어주시길 바란다. 그래서 지금의 혼란스러움과 갈등을 잊지 않도록 해주시길 바란다. 

 인간답게 살고, 인간적인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보겠다. 늘 비판하고 꾸짖어주시라. 그 비판에 늘 귀기울이고, 떳떳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버릴 수 있을 때는 가차없이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그저, 일단은, 지금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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