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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소고 4 : 가는 길

 

기억은 변하고 왜곡되기 마련이다.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 나이지리아의 기억들이 더 이상 왜곡되기 전에 기억나는 것들을 적어두고 싶다.

 

나이지리아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인천에서 두바이까지 A380(새로 나온 2층짜리 짱짱큰 비행기)을 타고 8시간을 간 뒤, 두바이 공항에서 3시간을 대기한다. PP카드가 있다면 라운지에서 편하게 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이코노미 고객은 벤치를 비롯한 구석구석에 자리를 잡고 조금이나마 여독을 풀고자 애쓴다. 이후 다시 두바이 → 라고스(나이지리아 수도)행 비행기를 타는데, 여기서부터가 헬게이트의 오픈이다. 그전에는 간간이 보이던 한국사람이나 황인, 백인은 전혀 볼 수가 없고, 그야말로 99% 흑형과 흑누나들에게 둘러싸여 10시간을 비행해야 한다.

 

흑형들은 영어도 아닌, 요상한 자기네 나라의 언어로 이야기 하는통에 뭐라고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나를 욕하는 건지 자기네들끼리 숙덕숙덕 얘길하는데, 모르는 사람끼리도 그냥 심심하면 말을 걸고 보는 식이다. 아이폰에 담아간 스파르타쿠스를 보다가 잠이들다가를 반복하다 보면 아직도 비행기 안이다. 출처 불분명의 쌀로 만든 기내식을 먹고 다시 스파르타쿠스를 보고 잠들고 나서즘에야 드디어 나이지리아 라고스 공항에 도착한다.

 

라고스 공항! 생각만 해도 한숨부터 나오는 곳이다... 일단 수하물 찾는데 상상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1시간은 기본인데, 나같은 경우는 큰 짐(내가 미쳤다고 기타를 갖고갔지)을 갖고 가느라 거기에 1시간이 또 추가됐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직원한테 돈을 쥐여주면 더 빨리 나온다고 한다... 이 나라 사람들은 뇌물문화가 당연한 것 같다-_- ) 수하물을 찾고 공항 밖으로 나올라치면 세관검사 비스무리한 걸 하는데, 여기서부터 나이지리아의 진가가 시작된다.

 

정체불명의 경찰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그냥 건물 안 바닥에서 트렁크를 열고 소지품을 하나하나 검사하는데, 몇몇 물건을 가리키며 다짜고짜 "일레갈, 일레갈!"이라고 한다. 불법이란다. 내가 갖고간 건 삼계탕용 인삼(현장직원들 보신용)과 대추, 밤 같은 것들인데, 그거갖고 불법이라고 한참 말을 한다. 이럴 땐 두 가지 대응법이 있는데, 10달러 정도 돈을 쥐어주거나(즉, 뇌물), 혹은 최대한 뻐팅기거나 이다. 돈과 시간 중 무엇을 쓸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난 못알아듣는 척 스킬을 시전하며 최대한 뻐팅겼다. 같이 간 동기형은 돈 쥐어주기 스킬을 시전했는데, 적절한 금액을 몰랐던지 무려 100달러를 투척했다. 덕분에 빠르게 나올 수 있었지만, 나중에 현장가서 듣기로 그럴 때 5달러나 10달러정도만 줘도 된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괜히 빡쳤었던 기억이 난다.

 

우여곡절 끝에 공항을 나오면, 현지인 Driver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그 전에 어디서 들은 얘기가 있어서, 현지인에게 절대 자신의 이름을 먼저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납치 당할 수도 있음), 먼저 현지인에게 "누구를 픽업하러 왔냐"고 물어봤다. 미스터 킴다래 앤 킴배진이라고 우리 이름을 알고 있기에, 오케이 하고 따라갔다.

 

라고스 시내를 차로 약 30분 정도 달리면 라고스 국내선 공항에 도착한다. 라고스 국내선 공항에서 대기하는 중에 한국인을 만났는데, '토탈'이라는 업체에서 일한다고 했다. 얘기듣기로 라고스 국내선 공항은 보딩시간이 1시간 정도 딜레이되는 건 기본이라고 한다. 티켓을 손에 꼭 쥐고, 어떤 안내방송도 나오지 않아 불안에 벌벌떨다보면 진짜 1시간 정도 지난 뒤 우리가 탈 비행기가 출발한다고 안내방송이 나온다. 탑승ㄱㄱ

 

국내선은 안정적인 국제선과 달리, 이 비행기가 언제 추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덜덜거리는 비행기를 1시간 반정도 타고나면 포타코트 공항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 분위기가 심상치않은게, 살벌한 느낌이 확 든다. 총을 들고 군복을 입은 흑형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사람들의 표정도 어둑어둑 하다. 게다가 포타코트 도착시간이 밤이다보니 공포는 배가된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현지인 드라이버가 우리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서있기에, 바로 인사하고 차를 탔다. 이후 2시간 30분 정도를 달리며 나이지리아 풍경을 구경하고 나면, 드디어 현장 Base에 도착한다.

 

요약하자면, 인천 → (비행기) → 두바이 → (비행기) 라고스 국제선 → (차량 ) → 라고스 국내선 → (비행기)→ 포타코트 공항 → (차량) → 현장 순으로 이동하는 거임.

 

현장에 도착한 이후에도 보트나 헬기를 타고 Site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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