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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소고 3

자다 깼는데 나이지리아 꿈을 꿨다.

 

나는 한국의 한 술집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 때 왠 위엄있고 나이 좀 들어보이는 아저씨가 술집으로 들어왔는데, 딱 보기에도 "아 이 사람은 어디 좀 높은사람이구나" 싶었다. 그 아저씨가 혼자 온게 아니라 다른 나이많은 아저씨랑 같이왔는데, 비서나 하여튼 뭐 아랫사람처럼 보였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인사를 하고(완전 쌩판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끝까지 그 아저씨의 정체는 알아내지 못했다.

 

밤새 술을 먹고 정신차려보니 나이지리아로 가는 비행기였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는데, 또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베이스에 도착하니까 베이스 사무실이 완전 깔끔하고 세련되게 바뀌어 있었다. 산뜻하고 세련된 분위기... 칙칙하고 우울하던(?) 내가 알던 현장 사무실과는 완전 느낌이 달랐다. 아 현장 좋아졌구나, 하고 있는데, 얼굴은 익숙하지만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현지인이 보여서 인사를 하고, 핫산은 없냐고 물어봤는데 결국 못만났다.  

 

그 때 태윤이형이 왔다. 오랜만이라며 헤헤거렸다. 그리고 그 뒤로 다른 현장 사람들도 다 같이 한명 한명 차례대로 사무실로 들어왔다. 백상무님부터 해서 우호과장님이랑 서과장님 등 주루룩, 근데 이대위대리님이 보이지 않아서 찾았더니 있어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근데 무서운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양복을 입고 깔끔하게 차려입고 왔다는 거다. 뭔가 장례식 스러웠다.

 

나 간만에 왔다고 다들 반겨주고 있는데, 무슨환영회 비스무리한걸 한다고 했다. 나는 태윤이형한테, 사실 전날 밤새고와서 겁나 피곤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잠에서 깼다.

 

어제 철모 모임에서 인터매니아 가서 lol 하던게 생각났고,

갑자기 5년 전의 양군이 생각나면서 슬퍼졌다.

 

아무것도 없이 무작정 올라온 서울에서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이렇게까지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우면서도, 이들과 함께하지 못했더라면 나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 미친듯이 웃고 떠들면서 채워졌던 10 시간이, 자고 일어나면서 사라질 때 찾아오는 공허감과 외로움도. 6년 전의 날들이 재연과 이제 다시는 그때같이 않으리라는 것도. 여전히 멋있는 경열이형도.

 

때로 과거의 싸이 사진과 글들을 보면서 드는 그런 느낌과 생각들이 어제는 실시간으로 찾아왔던 것 같다.

 

이런 글을 왜 쓰고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예전부터 항상 미래보단 과거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것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거기에 자꾸만 파묻히게 되는 것 같다. 과거를 더 자주 그리게 되는 것 같다. 자주 뭔가를 한다면 그걸 좋아한다고 봐도 되는건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소설은 자기치유적"이라던 김연수의 말도 가끔씩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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