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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 종강 즈음의 학교는 매일이 작은 졸업식 같아서, 뿌듯한 듯 아쉬웠고 벅찬 듯 허전했고 차오르는 듯 가라앉곤 했다. 더보기
단문(短問) 이건 우리 얼굴보자는 시시퀴퀴한 작업도 아니고, 어디 비벼댈 허리없나 싶어서 지끼는 값싼 제안도 아니고, 요즘 유행한다는 괴상한 영화의 영향도 아니다. 그런 것도 아니고, 저런 것도 아니고, 니가 우려할 만한 다른 모든 주제도 내용도 성질도 아니다. 그냥 문득 생각나 묻는 것이다. 그 이후의 시간들이 내게 가져다 준 무게 만큼 너도 무거워져있을지 혹시나 궁금해 묻는 것이다. 인생이란 것이 마치 나에게 대하듯 너를 대하고 있을지 혹시나 궁금해 묻는 것이다. 그래, 너는 무얼하며 살고있니. 더보기
회고 1 지금쯤 설악산 언저리 어딘가에서 자고 있을 내 동생, 남진이는 내 말을 죽어라고 안 듣는다. 라면 끓여달라는 부탁도 하기 어렵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먼저 끓여주지 않은 내 탓이기도 하다.) 그런 놈에게도 내 심부름이 중요한 일과이던, '형아, 형아' 하면서 날 따르던 시절이 있었다. 하긴 어릴 적에 나는 좋은 형이었다. 친구 생일 파티가 있는 날이면, 그 집에서 푸짐히 대접할 피자, 치킨, 떡볶이, 김밥 등을 먹이려고 꼭 남진이를 데려 가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몹시 얼척없는 짓인데, 그 당시에는 나에게도, 생일 파티를 여는 친구에게도 어색하지 않은 일이었다. 구차하게도 더 이상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나도 좋은 형 노릇을 하던 시절이 있었고, 남진이는 나의 아이스크림과 과자 사오기, 라면 끓이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