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1
지금쯤 설악산 언저리 어딘가에서 자고 있을 내 동생, 남진이는 내 말을 죽어라고 안 듣는다. 라면 끓여달라는 부탁도 하기 어렵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먼저 끓여주지 않은 내 탓이기도 하다.) 그런 놈에게도 내 심부름이 중요한 일과이던, '형아, 형아' 하면서 날 따르던 시절이 있었다. 하긴 어릴 적에 나는 좋은 형이었다. 친구 생일 파티가 있는 날이면, 그 집에서 푸짐히 대접할 피자, 치킨, 떡볶이, 김밥 등을 먹이려고 꼭 남진이를 데려 가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몹시 얼척없는 짓인데, 그 당시에는 나에게도, 생일 파티를 여는 친구에게도 어색하지 않은 일이었다. 구차하게도 더 이상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나도 좋은 형 노릇을 하던 시절이 있었고, 남진이는 나의 아이스크림과 과자 사오기, 라면 끓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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